우리는 그야말로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접하는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은 물론 길거리, 버스, 지하철 어떤 곳에서도 광고 없는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고가 많아졌다는 건 역으로 말하면 그 가운데 소비자 기억에 남는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더 자극적인 문구, 더 기발한 방법을 써서 '진화된' 마케팅이란 이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를 얼마나 믿고 실제 구매 행동으로 연결시키는데 영향을 받을까?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이란 곳에서 우리나라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들은 광고 형태 중 '입소문(Word of Mouth)'을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2%가 입소문이 믿을만하다고 말한 것인데, 이어서는 온라인에 게재된 소비자들의 의견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73%, 브랜드 웹사이트 44%, 구독 신청한 이메일 39% 등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들이 점수를 높게 받았다.
반면 기존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엔 점점 더 눈길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TV광고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4%로 2007년 조사 때보다 무려 30%포인트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신문광고도 조사 대상의 34%가 신뢰한다고 했지만 5년 전보다 29%포인트 떨어졌고, 라디오와 잡지도 각각 17%포인트, 14%포인트 하락한 33%와 32%를 기록했다.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세상이 '쌍방향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쪽으로 변하고,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제품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식의 광고보다는 회사 동료, 친구, 심지어 실제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사이버 공간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의 의견을 더 믿는, 소비자 개개의 의견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입소문'이 얼마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고 있다. 유형의 소비재는 물론, 영화 연극 등 무형의 문화 상품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소비자들은 주변 입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이 뭘 선택할지 저울질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소문 마케팅'이 더 각광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슷한 용어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버즈(buzz) 마케팅' 등이 있는데, 바이러스가 전파되듯이, 꿀벌이 윙윙거라는 것처럼 그렇게 짧은 시간에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메시지를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실제 구매로 연결된다는 메커니즘에 기업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존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보다 비용이 덜 드는 장점이 있고, 기존 채널로는 접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연령대별, 직종별, 성별, 다양하게 구분해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처음부터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호기심을 자극한 후 서서히 TV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입소문 마케팅'이 각광받는 사회, 앞으로 소비자는 지금보다 더 능동적으로 역할을 하려는 쪽을 움직일 것이다. 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금전적인 지출을 한 만큼의 가치를 얻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다. 효용이 그에 못 미쳤을 때는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효용이 기대 이상일 경우 주변에 그 구매 경험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한 광고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6%로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가장 믿는다는 '입소문 마케팅'에 있어 SNS가 상당히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데,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SNS를 통해 분별없이 떠도는 정보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결국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떠먹여주는 정보를 신뢰하지 않고 직접 경험해 본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건 분명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고 있는 SNS 공간에서 떠도는 정보에 대해서는 진위를, 적정성 여부를, 걸러서 취하려는 성향이 뚜렷한 것이다.
기업들이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소문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블로그, 카페, SNS 를 주된 마케팅 통로로 여기고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댓글 등을 통해 소비자 의견을 올려주고 관리하는 업체도 생겨날 정도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이런 식의 거짓 정보를 구별할 정도의 안목은 갖추고 있다.
또 입소문은 좋을 때는 순식간에 기업 이미지가 마구 좋아지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반면 한두 가지 꼬투리가 잡힐 경우 대응도 채 하기 전에 안 좋은 의견이 도배되다시피 하는 그런 역효과를 내는 부정적인 면도 갖고 있다.
소비자 연구, 마케팅 방법의 고민, 이런 것들에 있어 학자들은 항상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얘기하곤 한다. '소비자는 변덕스럽다'는 것. '입소문 마케팅'도 예외가 아니고, 그 수단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른 'SNS'일 때는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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